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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락눈 내리는 풍경에 눈썹 때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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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닷컴 고재신 시민기자
댓글 0건 조회 407회 작성일 24-01-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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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는 겨울에 눈이 자주 내리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오늘도 수도권 일대에 눈이 예상되어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오전부터 눈발이 가볍게 흩뿌려지던 것이 금세 눈이 굵어지고 있다. 창밖을 내다보면 방금 피자가게에서 나온 남자의 검은 머리가 눈으로 덮여있다. 사거리 신호등 앞에선 교통 신호가 바뀔 때까지 대여섯 명이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눈이 오는 날은 종교적인 경험과도 같이 기도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말 이상한 꿈의 모습이다.

아홉 살 아이가 징채를 들고 차고로 걸었던 도로 건너 편 시립 도서관 뒷편에는 전나무와 소나무같은 푸른 나무들도 눈으로 덮여있다. 흰 눈이 얹힌 가지들과 대조되어 전나무의 하부는 어둡고 짙게 보인다. 도로를 제외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눈이 쌓여있다. 심지어 공중에 떠다니는 눈도 소리를 흡수한 것 같다. 주변은 정적으로 가득하고 도로는 검게 변해버린다. 창밖에 지저귀던 새들도 오지 않고,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던 길고양이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고양이들도 어딘가에 숨어 눈을 피해 이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눈이 내리는 날에 한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서정주 시인의 싸락눈 내리어 눈썹 때리니라는 시다. 싸락눈 내리어 눈썹 때리니, 그 암무당 손때 묻은 징채 보는 것 같군. 그 징과 징채 들고 가던 아홉 살 아이라는 구절은 이 풍경과 잘 어울린다. 눈썹만이 역력하던 그 하인 아이라는 구절은 어딘가 깊은 곳에서 소리를 내고 있다. 예전에는 삼백 원짜리 시간강사에게 목이 쉰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작파할지 말지 고민하면서 이 시를 읽어보고 싶어진다.

싸락눈이 내리면서 특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시로 인해 눈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런 강렬한 풍경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강원닷컴 고재신 시민기자

기사 작성일24-01-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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