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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예술 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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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닷컴 홍준수 시민기자
댓글 0건 조회 198회 작성일 23-09-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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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으로 가득한 아버지의 딸로 자라났다. 아버지는 평생을 그림 모으기에 쏟아붓는 예술 애호가였다. 집 판 돈으로도 그림을 사는 정말이지 지독한 예술 애호가였다. 어릴 적, 나는 구석기 시대의 빗살 무늬 토기를 만져본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끈 품은 존재였다. 정선의 진경 산수화는 우리 집 뒷산에서 매일 볼 수 있었다. 또한 청전 이상범의 춘하추동 병풍은 배경으로 삼아 네 시즌 내내 소꿉놀이를 즐겼던 기억이 있다. 집안 곳곳에는 골동품과 예술 작품들이 가득했다. 아버지의 그림 사랑은 끝이 없었다.

진심으로 아주 많이 좋아하는 것은 그 마음을 자꾸 말하고 싶게 만든다. 이는 독실한 신앙을 전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아버지는 나와 누나들을 무릎에 앉히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끝없이 했다. 어린 딸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최대한 재미있고 과장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했지만, 그 결과 나의 예술 이야기 능력은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게 평생을 예술로 모은 아버지였기에, 나는 갤러리를 운영하게 된 것이 운명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그림 속에서 자라나니, 이 일은 당연한 수순인 것 같았다. 하지만 예술과 비즈니스는 상반되면서도 상생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런 사실에 대해 꿈에서도 상상해보지 못했다. 다만 방구석에 쌓여있던 그림들이 갤러리에서 빛을 받고 단장을 하며 아름답게 드러나는 모습이 너무나도 관능적이여서 그들을 보기만 해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 아버지와 함께한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돈을 주고 예술을 구매하는 것은 쉬웠지만, 예술을 팔아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길은 너무나도 험하고 멀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여 수많은 예술 작품들을 갤러리에 모셨지만, 그 작품들을 사랑해 줄 사람들은 지나치게 소수였다. 사실, 거의 없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큰 실망과 좌절에 눈물이 흘렀고, 아버지의 사랑하는 예술 작품들은 망가지게 되었지만, 아버지의 예술 애정은 결코 사그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아무에게도 팔고 싶지 않은 소중한 작품들을 공들여 살피고 어루만지며, 그 깊은 사랑의 눈빛을 얻지 못한 채 지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강원닷컴 홍준수 시민기자

기사 작성일23-09-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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