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기적
한낮 땡볕에 허덕이다가 편백나무 숲속 그늘로 들어서면 금세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도처에서 매미가 울어댄다. 바위를 쪼갤 듯 맹렬하고 처연한 매미 울음소리는 지금이 여름의 한복판이라는 걸 알리는 신호다. 매미의 생명주기는 길어야 여름 한 철이다. 땅속에서 굼벵이로 몇 년간 살다가 성체로 지상에 나와서는 보름 정도 울다가 죽는 게 매미다. 매미가 저리도 울어대는 까닭은 짝짓기할 상대를 찾기 위함이다. 짝짓기를 마친 뒤 매미는 제 할 일 다 했다는 듯이 죽는다.
어느 해 강원도의 휴양지에서 맞은 가을 새벽, 산책을 나섰다가 매미 사체들이 포장도로에 새까맣게 추락해 뒹구는 걸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다. 가슴이 서늘해질 만큼 장엄한 주검의 현장이었다. 아직 죽지 않은 매미들은 찬 이슬에 젖은 날개를 떨며 퍼덕이었는데, 그 찰나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바쇼) 같은 하이쿠를 혼자 속으로 읊조리며 아, 올여름도 끝났구나, 했다.
여름이 베푸는 지복은 무상의 선물처럼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풍부한 일조량과 향기로운 계절 과일들, 수목의 그늘, 젊음의 활력과 낙관주의, 바닷가의 향락, 그리고 느닷없이 찾아온 사랑의 인연들! 우리는 여름에 베푸는 그 모든 것을 거저 즐기고 맛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람들이 바다나 휴양지로 휴가를 떠난 뒤 도시는 텅 빈다. 도심에 남은 이들은 냉방장치로 공기가 서늘한 카페를 찾아가 책 몇 쪽을 읽거나 친구와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
여름 정오의 땡볕 아래로 나서면 그 기세는 자못 살벌하다. 땡볕의 고열로 아스팔트가 끈적하게 녹아내리는데, 우리는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동네 단골식당으로 칼국수를 먹으러 몰려간다. 칼국수는 여름의 상징이다. 냉면은 당연히 맛있지만, 칼국수는 땀을 식히고 온몸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아 더욱 그리워진다. 담백한 국물과 탱탱한 면발의 만남은 한 입 베어물면 입안에서 상큼한 맛과 시원함이 가득 퍼진다. 한 그릇의 칼국수를 먹고 나면 땀과 피로가 싹 사라지고, 풍성한 에너지를 얻게 된다.
여름은 바다와 휴양지에서의 휴식뿐만 아니라, 작은 즐거움과 행복도 함께 더해진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여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새콤달콤한 여름 과일을 먹으면 입 안에서 향긋한 맛과 함께 상큼한 여름이 느껴진다. 그리고 더욱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여름의 특별한 선물이다. 여름은 무더운 날씨와 땡볕을 이기고, 행복한 순간들로 가득한 시즌이다.
따뜻한 날씨와 함께 찾아온 여름은 모두에게 무상의 선물이다. 우리는 여름을 품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 낮에는 땡볕 아래 뜨거운 땀을 흘리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저녁에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여름이 주는 특별한 경험을 만끽해야 한다. 여름이 주는 모든 것을 감사하며, 여름의 마지막 순간까지 즐겁게 보내자. 여름은 찬란하고 아름다운 계절이니까!
강원닷컴
기사 작성일23-08-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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