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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헌신하는 돼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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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닷컴 고재신 시민기자
댓글 0건 조회 310회 작성일 23-09-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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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에 시달리던 돼지들의 이야기가 야간 도살장에서 펼쳐진다. 도살장은 눈이 시딘 어둠 속에 위치하고 있었다. 돼지들은 서로를 밀어붙이며 숨이 차오르고 있었다. 분홍빛 콧구멍에서는 생(生)이 진하게 뿜어져 나왔다. 손을 대자 뜨거움을 느끼고, 도살장 코 앞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기와 고통이 공존하는 그 안에는 2층짜리 트럭에 돼지들이 가득히 실려있었다. 트럭 뒤에는 다른 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뒤에도 또 다른 트럭이 이어져 있었다. 이는 추석을 앞두고 더 많은 돼지들이 도살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트럭이 도착한 후 1시간만 지나면, 도살될 돼지들은 포장되어 보이기 좋게 준비될 것이었다. 포장지에는 돼지들의 고통과는 관계없이 웃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도살장 안은 돼지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임에도 돼지들은 자신들끼리 밀고 당기며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돼지들은 뜨거운 트럭 안에서 격하게 마찰되며 익어버릴 것 같을 정도로 밀집해 있었다. 돼지들의 절규는 고막을 갈라놓을 듯한 고통을 일으키고 있었다. 약한 돼지들은 몸이 쌓여 힘이 드는 상황이었다.

한 순간, 오른손에 든 2리터 물통을 올려들었다. 찬 물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냉기가 느껴졌다. 도살 직전에 이들에게 마지막 물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돼지들은 평소에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으며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 일조한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에 나는 나 자신을 가증스럽게 느꼈다. 정말로 혐오스러웠다. 그 순간, 물통을 꽉 쥐었다.

뚜껑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물줄기가 솟아나왔다. 돼지들은 물을 먹을 수 있음을 알아채며 서둘러 다가왔다. 도살장의 인간들이 주는 물인지, 동물들이 이해할 수 없는 물인지 상관없이 돼지들은 서둘러 마시려고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12시간 동안 굶주렸으며 물도 마실 수 없었다. 그들은 도살 직전까지 이렇게 되도록 의도된 상황였다.

강원닷컴 고재신 시민기자

기사 작성일23-09-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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